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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칼럼] 온 국민을 희생시킨 이명박 '등신외교'

대중은 무엇에 분노하는가?




프레시안, 2008-05-05 오후 1:10:11

정말 오랫만에 속이 다 후련해지는 글이다. 정말 잘 쓴 명문이다. 논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상대의 논리를 아프게 가격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있다. 진중권, 역시 탁월한 검객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논술 준비는 그냥 된다. 쓰레기같은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가져다가 논술 공부하지 말고, 이런 글을 놓고 공부하면 공력이 급상승할 것이다.
 

우선 서두에서 논점을 잘 요약해놓고 있다.


  이명박 탄핵 서명이 어느덧 11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정권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 정신은 못 차린 것 같다. 이 상황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중들이 광우병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갖고 있다. (2) 그 배후에는 야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 (3) 홍보를 강화하여 무지몽매한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 여기서 그들이 얼마나 상황을 나태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정권은 광우병의 공포 앞에서 대중이 패닉에 빠졌다고 본다. 하지만 촛불 시위 현장은 공포에 질려 절규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야유하는 축제의 분위기다. 정권은 시위의 배후에 정치 세력의 선동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 세력들은 어리둥절한 채 대중이 주도하는 민란(?)에 뒤따라가기 바쁘다. 정권은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광우병 홍보로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좀 더 깊은 근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에서 비꼬면서 반박한다.


  하긴, 순수 확률로 따지면, 광우병이 대량으로 발생했던 영국에서조차 그 확률은 접시 10억 개 중의 한 명 꼴도 안 된다고 들었다. 심지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 (<연합뉴스> 2007/8/27일)
 
  그 말이 맞는다고 하자. 조·중·동의 논설위원들, 청와대와 내각, 한나라당 의원들 모두 골프 치러 다니시는 것으로 안다. 이 분들께 특별히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수입해 메뉴로 제공하는 게 어떨까? 척수로 감자탕, 소장으로 곱창 만들어 드리는 거다. 벼락 맞을 걱정 없이 스윙 하시는 분들이니, 안심하고 드실 게다. 국민을 계몽시키려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접 광우병 쇠고기를 시식하면 된다. 그래야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공포(?)에서 벗어나 '아, 따라 먹어도 되겠구나' 생각할 게 아닌가.

'광우병 괴담'의 근거를 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바로 '조·중·동' 자신들이 그 출처였음을 지나간 사설들을 인용하며 뼈아프게 보여준다. 결국 '광우병 괴담'의 원저작자들은 '조선/중앙/동아' 자신들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이들 신문이 쓰레기라는 비난을 듣는 거다!)

'사전예방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또한 왜 이 정권이 졸속으로 닭짓외교를 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그리고, 끝으로 '한방' 날린다.


  거대한 에너지는 광우병에 대한 과장된 공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분노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관제 계몽을 통해 잠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보다 더 큰 것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한심함에 대한 야유와 분노다. 이 거대한 열기는, 정권의 닭짓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자행되는 보편적 닭짓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내 관찰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은 아무 일도 안 할 때 가장 잘 하고 있다. 아무 일도 가장 많이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잠을 자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통령은 도대체 잠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가 깨어 있는 시간이 남달리 길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저 뜨거운 열기의 정치적 배후다. 썰렁하게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계몽운동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정부에서 할 일은 일단 사과를 하고, 재협상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외의 기동은 불필요하다.

'국민들 그만 괴롭히고, 제발 닥치고 잠 좀 자라'는 얘기다. ㅋㅋㅋ

 
출처: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50512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