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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하루

뉴욕의 폭설




                       [어수선 하던 그날, 뉴저지로 가는 모든 버스가 끊기고 사람들은 다음날까지 거기 그자리에..
                        사진 한장 찍기엔 너무 얼어붙어 눈이 내리 때려지는 초반에 남긴 한장, 2010.12.26, EUNICE]



밤새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는데 Tomorrow 수준의 눈보라로 바깥은 온통 하얗게 수놓아져 있었다.
옆에 누워 계신 EL.. 눈이 감기질 않아서. 뜬눈으로 새벽까지 지새운다. 누워서 창밖으로 보이는 건 
여전히 거세게 몰아치는 하얀 눈보라 그 뒤에 옆건물의 세  집에서 보이는 세 개의 트리의 불빛. 

그 중 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깜깜한 밤에 멀리에 Empire state building이 보이고 그 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에서 발산되는
알록달록 트리의 빛깔. 
일어날수도 일어나서 뭔갈 할 수도 없어 그저 누운채로 창밖을 본다. 
트리 옆에 네명의 사람. 아이 둘 엄마, 아빠.. 
다시 희미해진다. 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캘리포니아의 시차 때문인지 몸에 열이나서인지 모르겠지만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트리만 봤다. 
이렇게 하나만 보면서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도 처음. 

눈보라 속에 다시 가족이 보인다. 반짝반짝 트리와 함께.
이런걸 믿진 않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비를 몰고 오더니 
뉴욕의 연말에 관광하기도 힘들만큼의 폭설. 
Severe Weather

해 뜨는거 한번 보고 가겠노라고 .. 하던 생각에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뜬 건 악몽 때문이었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꿈에서 만났고 내가 도망가던 와중에 
정면으로 맞닥들여 그 사람의 부메랑이 정통으로 내 심장에 꽂혔다.
그리고는 그 사실에 너무 놀라 모두가 여전히 잠들어 있던 그 시각에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뜬 것도 .. 눈을 뜨고나서 몇초간 든 생각도..
'아프다' 였다. 
그리고는 그렇게도 바랬던 햇살이 비쳐온다. 
구름에 가려 잠시였지만 반가운 햇살이 비쳐오니
긴장된 어깨가 부드럽게 내려오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죽지 않았구나.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부메랑에 꽂힌 건
심장이 있는 왼쪽가슴이 아니라 오른쪽이었다.
결국 꽂혀있는 부메랑에도 불구하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에 
햇살이 돋아나는 것 같아.

어제 집에 돌아오면서 눈으로 얼굴을 너무 많이 맞아서 
숨쉬기가 어려웠는데 몇걸음씩 걷다가 피하다 걷다가 피하다
했던 겨우 그 일이 어제 늦은 밤이었는데 오늘 난 햇살을 맞이했다.

그래서.. 좋다.
참. 멋진 뉴욕의 폭설이었구나로 
기억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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