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는 것을 무척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땐 늘 옷 구경을 하러 아침저녁으로 들렀고 그게 낙이었고 또 그런 옷들을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그냥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엔돌핀이 도는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나의 일상이 썩 기분좋지 않던
사주를 보러갔다면 '삼재'라도 혹은 마가 껴있었을 법한 그런 어떤 날에
엄마는 나와 상의도 없이 집에 있는 내가 아끼던 옷을 통째로 가져다가 버렸다.
이유는.. 지금까지도 미스테리이다.
내 기준과 엄마의 기준이 참 달랐겠지만
한번도 입지 않거나 내가 유독 좋아해서 수시로 잘 입던 옷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경험을
해본적이.. 있는지.......?
서글프고 어이가 없었다.
왜냐고 물었는데 안입을 것만 같은 옷을 어떤 기준으로 고르셨는지... 내게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는 이어지는.. 싸움.
그 후로 내게 남은 옷은 그다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옷들 뿐이었다.
날개를 잃은 기분이랄까?
기분좋은 날, 신경쓰고 싶은 날 입고 싶은 옷을 잊지 못한 이후로
나는 더이상 옷을 사지 않았고 살 수 없었다.
날개가 꺾인채로 더이상 옷을 탐내지 않았고 멋지게 혹은 예쁘게 보이려는 의도도
사그라들어갔다.
신발장을 채우는 몇번 신지도 않은 수많은 힐들을 손도 안대고
몇가지 이름없고 브랜드 없는 '무지'같은 옷들만 내내 입었다.
Jean도 검정색으로만 늘 그렇게 입곤 했다.
그러고나니 뭔가를 챙겨입는 것도 귀찮아졌고 늘 입던 옷을 또 입고 또 입어도
괜찮아졌다. 어제 입은 옷을 오늘 입어도 괜찮고...
한동안 그냥 살고싶다.
그냥 푸석푸석한 채로 있고 싶다.
옷을 입는 것에까지 신경이 미치지 않아서
그냥 잡히는대로 입고 늘 신던 신발을 신으면서 살고 있다.
그게 편하고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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