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을 겸해 너무 궁금했던 성미산 마을 투어를 다녀왔다.
지난달 '세상'에서 듣게 된 성미산 마을극장 유창복 대표님의 강연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소통'이 화두인 요즘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다수결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란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함께 이야기하는 문화가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왔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가장 컸다.
귀농이 트렌드가 되고 적어도 귀농하겠다고 하는 .. 건강하게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뜻으로 시작된 많은 공동체들이 들여다보면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이나 유일하게 성미산 마을만 공동체, 협업! 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성공한 마을이 되었던 것일까가 내가 들여다 보고 싶어했던 부분이었다.
많은 공동체 마을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 그리고 마을이장과 주민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버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기심'과 '돈'이 맞물려 함께 살고 있지만 불신이 팽배하고 같이 살고 있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 사회이기에 '공동체'라는 말이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전에 강의에서 유대표님은 그런말을 했다. 성미산 마을이 17년간을 버텨온 정도가 성공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꽃피우고 모든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마을이 되기까지의 가장 근간을 이루어 온 것이 '소통을 잘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초창기에 서로간의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끊임없이 얘기하고 론하면서 만들어낸 결정의 문화가 지금의 성미산 마을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이다.
17년 전에는 여전히 모였다 하면 싸우고 싸우고 나면 보기 싫고 한마을에서 부딪히게 되면 갈등이 심해지니 누군가 떠나게 되고 또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내 의견만 주장하게 되면서 서로가 원하는 어떠한 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한마디 더 함으로써 회의가 30분이 지연된다는 사실. 다수결의 의견을 따르게 되면 남은 사람들은 도태되거나 불만을 갖거나 딴 행동 딴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 그래서 19명이 합의해도 나머지 1명을 함께 데리고 갈 수 있는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수결이 합리적인 듯 보이나 다수결에 합의하지 않은 소수는 여전히 불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통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 그리고 더이상 우리가 왜 싸울까? 를 고민하지 않게 되면서 대신 열심히 싸우되 죽을때까지 싸우자. 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몸만 어른이 되면서 사람들은 갈수록 남의 의견을 참지 못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짜증이 나고 보기싫고 나의 다른것이 아니라 '틀렸다'라고 생각한다. 더더군다나 내 의견을 굽히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나면 그냥 저 사람이 보기 싫어지고 어렸을때와는 다르게 쉽게 그 사람을 포기하거나 '꼴 안보면 되지'뭐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꼴을 안보는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것에 대해 합의가 도출될때까지 같은 자리에 앉아서 싸워보자는 거다. 죽을때까지 같이 살면서 싸우면 된다는 것.
그런 문화속에서 모두가 만족하고 합의되는 공동체가 생기게 된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원만하게 성미산 마을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이유라고 보여진다. 성미산 마을에 처음와서 성미산 마을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이런곳이 있었나? 그것도 도시한가운데에.. 싶을 정도로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같은 동네 사람인데도 성미산 사람들은 참 다르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구분이 없다. 별명을 부르기 때문에 누구나와 친구이면서도 동네 사람들은 내 아이 뿐 아니라 공동체에서 키우는 아이들을 협력으로 보육한다. 아이들에게 유기농 먹거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동네에서 요리잘하는 분이 요리를 하게되고 공동출자의 개념으로 뚝딱 레스토랑이 하나 생긴다. 아이들은 동네 화폐로 이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사람들은 또 함께 이 식당에 와서 '소비자'가 되어준다.
네 아이 내 아이가 아니라 함께 기르는 우리의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을 요즘 세상처럼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도 싫고 경쟁사회속에 몰아넣는 것도 싫고 내 아이가 남들 아이보다 잘나가야 한다는 이기심도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예 학교를 만들어 버린다.
비인가 대안학교이고 초,중,고 모두 포함하는 성미산 학교는 성적이 없다. 이 학교의 가르침은 공부잘하고 나만 성공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하는데에 있으므로 어떠한 성적의 비교도 없고 그런 시험을 위한 교과목을 채택하지 않는다. 게다가 비인가이기 때문에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더러 대학을 가기 위해선 검정고시를 따로 배워야 하고 수능준비를 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에 아이를 보냈다면 이런 학교 외적인 것에서 세상적인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이라면 선생님과 상의를 해야한다.
학교를 들어갈 때에도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놀게하면서 관찰하거나 부모님들이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야한다. 경쟁의 마인드는 가지고 가면서 학제가 좋거나 창의적일 것이라는 것 때문에 이 학교를 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기회가 되면 성미산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살 생각이다. 엄마들에게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성미산학교에 아이를 보낼 마음이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이 그저 같이 있는 것 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언제나 사람이 가장 먼저이고 그 사람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적어도 함께 사는 것에 큰 목적을 두었다면 내 이익 때문에 이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기심부터 다지고 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
- eunicelee -
성미산 마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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